[감상]노리코의 식탁 - 당신은 당신과 관계하고 있습니까? =영화 감상기=

처음 영화의 줄거리를 보았을때는 참 독특한 영화다,싶었는데 문득 들어오는 낯익은 영화 제목에 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감독의 이름이 소노 시온 감독이더군요.

그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아,이 감독....참으로 할말이 많았구나.

그걸 대변하기라도 하듯 영화는 2시간 30분이 넘는 긴 런닝타임을 자랑합니다.그리고 그 런닝타임동안 잔혹한 가족사를 주제로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아주 천천히 풀어나갑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조용한 시골마을과 가부장적인 집으로부터 도피를 꿈꾸던 그녀는 무작정 도쿄를 향해 가출합니다.폐허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알게된 '우에노역 54'(쿠미코)라는 여자를 만난 미츠코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가족의 역할을 연기해주는 '렌탈 가족 사업'을 보게됩니다.

그들의 연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따스하고 포근한 가족입니다.이에 그녀도 쿠미코를 도와 '렌탈 가족 사업'에 뛰어들기로 하고,얼마 후 그녀의 동생인 유카마저 언니를 따라 가출을 하자 그녀들의 아버지인 테츠조는 그녀들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렌탈 가족 사업'의 배후에 '자살 클럽'이 있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자,여기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는 소노 시온 감독의 전작 <자살 클럽>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아니,거의 후속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자살 클럽>의 영화 내용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노리코는 자신의 가족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집니다.그 원인은 자신의 아버지인 테츠조에게 있지요.자신의 만족이 가족의 만족이라고 믿으며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아버지의 행동에 노리코는 환멸을 느낍니다.
10대에는 한번쯤 겪을법한 일이지요.이런 노리코의 유일한 해방구는 바로 폐허닷컴이라는 사이트입니다.

현실의 그녀는 그저 빨리 어른이 되어 자신의 세상을 향해 떠나가고픈 어린이를 연상하게 만듭니다.하지만 현실 속의 노리코는 그 어느곳에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만한 친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인터넷의 "폐허닷컴" 속 자신의 또다른 분신인 미츠코는 사이트의 다른 친구들에게 활발하게 인사도 하고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것을 즐기는 평범한 소녀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쿠미코가 변화시킵니다.

언뜻 보면,"외로운 사람에게 가족을 연기해주자" 라는 아이디어는 매우 괜찮아 보입니다만,그 이면 뒤에 숨겨진 쿠미코의 행동은 정말이지 섬뜩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려져 지하철의 물품보관함에서 발견된 그녀는 "이 세상에 가족이란 존재는 무의미하다" 라는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외로운 사람들의 가족을 연기하고,즐거워하는 그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공동체를 아무 거리낌없이 조롱하고 냉소를 보입니다.

전작 <자살 클럽>이 사회와 그 속에 속해있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이 영화는 가족과 개인간에 대해서,"대체 나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내게 어떤 관계와 있는가?" 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 질문에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는 일단 테츠조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딸인 유카가 노트에 남긴 글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습니다.자신이 이루었다고 믿었던 가족의 행복은 한쪽에서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었으며,그 원인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게다가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막내 딸에 의해 알게되는 순간.그 기분은 마치 전라로 길을 걷는것과도 같은 수치심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했을 것입니다.

결국 "당신은 당신과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당신과 당신은 서로 관계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며 이것은 곧 가족의 구성원인 개개인의 각성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점점 파국을 맞이하고,급기야 끔찍한 변주곡이 되어 청자(혹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없이 불편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아무리 서로 웃으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있어도 계약과도 같은 이들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이를 가슴졸이며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겼을때 남는것은 결국 개개인의 이야기라는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결국 가족이라는 구성원에서 그 '구성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성장이 필요한것은 아닐런지요.

p.s 소노 시온 감독의 이력을 찾아보니 17살에 시인으로 등단했더군요.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를 볼때마다 느낀것이 마치 글로써 만들어낸 표현을 시각적 이미지화 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마도 그의 시인으로서의 경력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부여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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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ondola 2009/10/22 13:53 # 답글

    가족과 나의 관계.. 생각하게 되지요. 청소년기인 나한테는 어쩌면 벅찬 주제일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지요. "결국 다지고 보면 결국 가족과 나 자신은 남남의 관계 아냐?"
    .... 많은 생각을 했었지요 그때도. 결국 도달하는 결론은 가족과 나는 서로 부족함을 보완해주는 사이라고.
  • J_KID 2009/10/22 14:56 #

    개인적으로 나중에 시간이 흐른뒤에 한번쯤 감상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당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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