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저주>-가장 끔찍한 현실에 대하여 =영화 감상기=


<팔선반점 인육만두>라는 전설급 홍콩산 고어 영화를 연출했던 구예도 감독은 오랜시간이 흘러 그 당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배우 황추생과 함께 다시 한번 새로운 영화를 들고 왔네요.

아쉽게도 저는 인육만두는 직접 감상하진 못했지만 당시 영화의 충격적인 장면들은 워낙에 악명이 높았기에,호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한번쯤 들어보시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오래전 헤어진 여인 여문해를 다시 만난 람 박사.하지만 그 둘은 서로 오랫동안 잠을 못 잔다는 공통점이 있었고,문해는 자신의 조사를 통해 단순 불면증이 아닌 오래 전부터 이어진 저주로 인한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교수인 람 박사는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려 하고,그와 동시에 그들의 조상이 저질렀던 끔찍한 과거가 서서히 밝혀진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의 람 박사와 문해,그리고 과거의 람 박사의 아버지와 문해의 할아버지가 일제시대에 저질렀던 비극의 과거가 교차로 나오게 됩니다.

특히나 이 영화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일제 시대' 그리고 그 문제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위안부' 라는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에요.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고통을 받았고,또한 현재도 동시 진행형이다 보니 이 과거 편에서 특히 감정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는...네,사실 영화 막판에 굉장히 강한 고어씬이 나오기는 하지만,저는 그것보다 이 과거 편이 훨씬,훨씬 더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질 않고 거리낌없이 어린 소녀들을 총으로 쏴버리는 일본군의 만행이란.......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람 박사와 그의 아버지 / 그리고 문해와 문해의 할아버지의 성격이 서로 너무나 정 반대라는 사실이었어요.
람 박사의 아버지는 소심하여 싫은 소리도 못하고 단순히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반 강제적으로 친일파가 되버립니다.
물론 그 역시 그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고 일본군 몰래 자신의 동포를 돕기는 하지만,자기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어쨌든 친일파가 되버린건 어찌보면 비겁한 변명이 아닌가 싶어요.

그와 반대로 람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약간 독한 인상을 풍기는 인물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 람 박사와 람 박사의 아버지 역을 황추생이 1인 2역을 했다는 것인데,한 명의 배우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부분에 있어서 황추생이 얼마나 뛰어난 연기자인지를  실감 할 수 있습니다.

문해의 할아버지는 오히려 스스로가 나서서 친일파가 되었고 먼저 저주를 받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람 박사의 아버지와도 대조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람 박사와 어딘가 비슷하게 겹치는 느낌도 조금 듭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서서히 고조되던 드라마는 막판에 한꺼번에 폭발하여 분노와 광기를 두르게 됩니다.
어쩌면 서로 다른 두 조상의 성격과 위치를 그 후손들이 서로 맞바꿔 물려받은 것도 두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교차점을 갖추기 위한 감독의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왠지 엔딩씬도 그러한 연출의 연장선이 아니었나,싶긴 합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가 하나 있는데

"업보라는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지.그게 없으면 나쁜놈들만 좋은 거야."

라는 대사가 있습니다.이것은 아마도 감독이 현재의 일본을 향해 던지는 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너희는 분명 언젠가 벌을 받을거야.너희의 후손들이 죽어간 중국인들이 흘린 피를 대신 흘리게 될거야.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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