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리메이크 아닌 리메이크 =영화 감상기=


한 줄 평가 - 당신은 이 영화를 좋아할수도 있고,아닐수도 있습니다

호러 영화 매니아라면 다리오 아르젠토의 1977년작 <서스페리아>를 모르는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있다면 최근에 호러영화에 빠지셨거나,고전 호러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겠죠)

호러영화 리메이크 붐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할때 갑작스럽게 서스페리아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고,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반신반의 하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수많은 리메이크 호러 영화를 봤지만 대부분이 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그나마 유일하게 괜찮게 본 게 <이블 데드>의 리메이크 정도-그 중엔 제 기준으로 정말 쓰레기 같은,왜 이따위로 리메이크 했나 싶은 영화도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나이트메어 라거나 나이트메어 같은,혹은 나이트메어 스러운 나이트메어 리메이크!!)

사실 제가 감독의 이전작들은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필모그라피만 찾아본지라....더 걱정했지만,영화는 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화의 기본 시작은 간단합니다.무용을 위해 미국에서 독일의 베를린으로 건너 온 수지가 무용단에서 겪는 이상하고도 무서운 일들이 주 내용이며 이것은 원작과도 동일한 노선을 걷는 부분이지만,감독은 여기에 자신만의 메세지와 스타일로 영화를 더욱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 냅니다.

리메이크 영화가 원작과의 비교를 당하는건 사실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긴 하지만,이 영화는 그런 비교가 사실상 무의미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원작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너무 달라서 '이거 정말 리메이크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강렬한 미장센의 미학을 보여줬던 원작과 달리 이 영화는 시종일관 회색 톤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77년의 베를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회 문제가 라디오와 TV를 통해 계속해서 들려오고는 하는데,이는 감독이 영화 속에 숨겨놓은 메세지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한편 극도의 우울감과 불안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서로 다른 두 집단의 대조를 보여줍니다.
독일 사회에 존재했던 사회 운동과 무용단 내부의 분열된 두 마녀들의 집단은 좀 더 작게 쪼개져 무용단과 그 내부에 숨어있는 마녀들의 공간으로 나타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다코타 존슨과 틸다 스윈튼의 존재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둘은 각각 사람과 마녀,제자와 스승이며 동시에 딸과 어머니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상반되는 관계는 절대로 일직선이 아님을 영상에서 계속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다시 영화의 비쥬얼로 돌아가서,개인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25분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어요.
영화 속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무용 장면은 어딘가 불안한 BGM과 어울려 마치 '피를 뒤집어쓰고 마녀의 부활을 기리는 의식'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그 동안 갇혀있던 그 불온한 기운은 마치 폭발하듯 시뻘건 용암을 토해내는 화산같은 파괴력을 가집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다르니 제가 이 영화는 '절대로 이러이러한 영화다' 라고 말을 할 순 없지만,개인적으로는 올해 본 영화들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영화였던건 확실했네요.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8/18 19:15 # 답글

    실제하는 역사 속에 판타지를 넣으면, 이상하게 판타지가 시대의 감정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날 때가 있어요.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이 들어 묘했죠. 이블데드는 정말 바람직한 리메이크라면, 이 영화는 원작을 배반하면서 확장시킨 형언하기 힘든 방향성의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리메이크를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많은 영감과 충격을 준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 Kaffpresso 2019/08/20 00:01 #

    원작자인 다리오 아르젠토는 엄청난 혹평을 퍼부었다는데 아마도 자신의 스타일과 정반대되는 영화라서 그랬겠죠.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리메이크도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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