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튼>-기괴함과 예술의 사이에서 (스포일러 있음) =영화 감상기=

한 줄 요약 - 영화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감상하기에 매우 불편한 영화 목록 이라고 하던데,빙산에 비유한 짤이더군요.


이건데 중간 중간 제가 살면서 여태껏 본 영화들도 있어서 그냥 피식 웃고 지나가려다가 우연히 밑에서 세번째에 위치한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겨서 대체 어느 정도인가 궁금한 마음에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은....하나같이 기괴하다,라는 말이 많더군요.
맞습니다.사실 이 영화는 절대로 '대중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어요.
애초에 초현실주의 영화가 언제 대중을 위한 영화가 있었겠냐마는.

영화는 시종일관 거친 흑백톤으로 일관하며 인물들의 대사조차 없습니다.가끔 깔리는 기괴한 BGM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단 새소리,바람소리,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더 잘 들리더군요.

줄거리는 신이 스스로 자살을 하고 난 뒤 지모신 (쉽게 말해 대지신) 이 신의 정액을 이용해 임신을 하고 한 남자를 낳습니다.
이후 성인이 된 남자는 길을 가던 유목민들에게 살해당하고 이 유목민들은 지모신까지 찾아내 강간 및 살해 후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땅에 묻은 후 홍수가 찾아옵니다.

이후 땅에서 새싹이 솟아나는걸로 영화는 끝을 맺죠.

......이쯤되면 영화의 제목을 비가튼이 아니라 X가튼 으로 바꿔야할 것 같지만 (......)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감독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후,그때의 경험과 창세기를 모티브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역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를 해석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영화를 대충 해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창조신은 죽은게 아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신이 스스로 자살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냥 자살도 아니고 면도칼로 자신의 배를 가르고 죽어버리죠.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신이 자살을 한다는게 말입니다.

신은 보통 영원 불멸의 존재로 표현되며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죠.

그런 존재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심지어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의 자살이라...?

제 생각에는 아마도 창조신은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영혼만이 남아 승천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런 짓을 벌인 이유는 이후에 나오는 유목민 (혹은 사람들) 의 모습으로 해석이 가능하니 이건 뒤에 가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의 영혼은 남았다는 또 다른 증거로는 지모신이 신의 죽은 육체에서 정액을 뽑아내 임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정액은 생명을 창조시키는 씨앗으로 묘사됩니다.그런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그의 영혼은 아직 남아있었기에 정액이 있고 그걸로 지모신이 임신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지모신은 성녀 마리아,그리고 태어난 남자는 예수를 의미하지 않나 싶습니다.


2.왜 그 남자는 죽어야 했을까?

-영화에서 남자는 딱히 어떤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이들(유목민으로 보이는)에 의해 발견된 후 가혹한 행위를 당한 후 살해당합니다.
남자가 예수라면 아마 그 사람들의 정체는 기독교를 한참 박해했던 로마인들을 상징하는것이 되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유목민이 맞다면,성경에 비춰 봤을때 야훼의 지시를 받고 이동하는 아브라함과 그를 따르는 존재들이라고도 생각이 되네요.
만약 이들이 정말 후자를 상징하는 존재들이라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인간들이 타락을 했으니,더 이상 육체를 이끌고 현세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겠죠.
결과적으로 신이 죽은 이유와도 일맥상통 합니다.


3.홍수와 새싹에 대하여

-성경과 홍수하면 바로 이어지는게 바로 노아의 방주죠.하지만 이 영화에서 방주는 커녕 노아를 의미하는 인물조차 나오지 않습니다.그저 갑작스런 홍수와 새싹이 피어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죠.

이건 아마 감독 개인의 경험과 관련있지 않나 싶네요.
교통사고 이후 죽을뻔 했다가 살아난 감독.어쩌면 이때의 경험으로 그는 우리 삶에 밀착한 죽음과 삶에 대한 고찰,그리고 윤회에 대해 생각해본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즉 뇌피셜입니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죽음에서 다시 탄생이 일어난다,하는 거요.
움직이지도 못하고 단단한 껍질에 싸여있는 '씨앗'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그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 '새싹'이야말로 탄생을 의미하니 이거야말로 윤회에 대한 적절한 예시가 아닌가 싶었어요.


4.그리고 개인적인 생각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머리가 좀 아파지더군요.어지간하면 그냥 무덤덤하게 보는 편이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보고 나서 머리가 아팠던 영화는 오랫만이었고.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는 영상예술의 한 갈래이다' 라는 생각을 늘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대체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까?그리고 그걸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요.

저는 '예술이 모두를 이해시킬 의무는 없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예술을 이해해야 할 의무도 없다' 라는 생각도 갖고 있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보고나서는 그런 생각에 조금 회의감이 들었어요.이 영화를 단순히 불쾌하고 기괴하며 난해한 영화로 치부하기엔 그 실험성을 높게 쳐주고 싶지만,그렇다고 예술 영화라고 보자니 너무 자신만의 세상에 틀어박힌 느낌이 강했거든요.

한동안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이에 대한 해답은 제 스스로 더 많은 영화를 보면서 찾아나가야 할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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